Artist Statement
이번 아치디 시리즈는 기존 작품 시리즈인 ‘Internal L. Universe’ 와 최은영 작가의 ‘아치디에서’ 라는 문학작품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으로, 기본적인 작품 형식은 ‘Internal L. Universe’ 를 따르면서 문학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자연의 색을 내면에 받아들여 나만의 색과 형태로 재조합 된 새로운 형태의 추상적 자연을 기초로 해 표현된 내면의 우주 시리즈인 ‘Internal L. Universe’ 와 만남에서 이별까지, 그 안에 담긴 무수히 많은 오묘한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아치디에서’ 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기존 작업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정과 영감을 준다.
작품은 문학 작품 속 두 주인공의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을 총 여섯 점으로 표현했다. 문학 작품이 여섯 챕터로 이루어진 까닭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두 주인공의 감정 및 관계의 변화를 크게 만남, 감정의 변화, 공감, 섞임, 이별의 허무함, 새로운 시작, 이렇게 여섯 개의 과정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과 다르게 이번 시리즈의 작품 안에는 원이나 선으로 이루어진 드로잉들이 있는데 이것은 작품의 주제 및 스토리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작품의 내용을 표현한다고 해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심플하게, 또 추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곱씹고 상상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는 밑 작업이 된 캔버스 위에 물의 농도를 달리한 색을 스프레이로 뿌림으로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물방울의 섞임, 날림 등이 만들어 내는 효과를 추구한다. 그러다 보면 작품에 존재하는 물방울 같은 형태가 도중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즉, 아치디 시리즈는 많은 부분에서 자연 발생적 우연성에 무게를 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작업 과정 상, 나는 똑같은 작품을 다시 만들 수 없다. 각 작품은 세상에 단 한 점뿐이므로 모든 작품이 각별하고 특별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한다. 그 해석된 방식은 서로 같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므로 이 전시를 보러 온 모든 관객들이 작품을 보며 본인의 해석과 같을 수도,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이 여섯 점의 작품을 각자의 방식대로 즐겨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