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er Distance Series
나의 작업은 오랫동안 현실의 풍경과 내면의 이미지가 서로 침투하는 지점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었다. Internal Reflection Series에서 풍경은 단순히 외부 세계를 재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무의식에서 비롯된 형상들이 투영되는 장소였다. 익숙한 풍경 속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열기구와 동물의 형상은 현실과 내면의 경계를 흐리며, 눈앞에 존재하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내부의 세계가 하나의 장면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했다.
Inner Distance Series는 이러한 관심에서 파생되었지만, 내면의 형상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는 대신 풍경 그 자체에 집중한다. 화면을 채우는 거대한 구름과 넓게 펼쳐진 하늘, 수평선 너머의 바다와 숲은 구체적인 장소를 묘사하면서도 특정한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 있다. 현실에서 출발한 풍경은 색과 빛, 거리와 스케일의 조정을 거치며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의 중간 어딘가에 머문다.
여기서 ‘거리(distance)’는 단순한 물리적 간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는 듯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구름, 화면 깊숙한 곳에 놓인 작은 배와 달, 희미한 불빛과 멀리 떠 있는 존재들은 풍경 안에 서로 다른 거리의 층위를 만든다. 거대한 것과 작은 것, 선명한 것과 희미한 것, 가까운 것과 먼 것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면서 풍경은 하나의 장소라기보다 어떤 심리적 상태에 가까워진다.
나는 이 풍경의 시간 또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려 한다. 낮과 밤, 맑음과 흐림,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완전히 결정되지 않은 순간을 남겨둠으로써 관람자가 풍경을 하나의 사건이나 특정 장소로 읽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기를 원한다. 화면 속 작은 배와 달, 불빛과 같은 요소들은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한 기호라기보다 안정되어 있는 풍경의 균형을 미세하게 흔들고, 광대한 공간 속에서 거리와 존재를 자각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Internal Reflection Series가 외부의 풍경 속에 내면의 형상을 출현시킴으로써 두 세계의 경계를 탐색했다면, Inner Distance Series에서는 그 형상이 사라진 자리에 풍경과 나 사이의 거리가 남는다. 그 거리는 멀어짐이나 단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대상을 충분히 멀리 바라볼 때 비로소 드러나는 감정과 기억, 그리고 말로 특정하기 어려운 감각의 공간이다.
Inner Distance Series는 그렇게 현실의 풍경에서 출발하여, 외부와 내부의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장소를 향한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바다나 하늘, 구름이나 숲이라기보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 안에서 생겨나는 거리, 그리고 그 거리 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내면의 풍경이다.